제5장

강자연은 잔뜩 치밀어 오르는 화를 풀 곳이 없어 안달이 나 있었다.

발목을 몇 번 돌리더니, 갑자기 다리를 번쩍 들어 맨 앞에 달려들던 양아치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퍽!”

남자의 몸이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뒤따르던 무리 세 명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

몇 분 후—

화장실에 들렀던 권도준은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싸늘한 기운을 내뿜는 여자를 발견했다.

그는 순식간에 다가가 주먹과 발길질 몇 번으로 무리를 전부 때려눕혔다. 바닥에 쓰러진 남자들은 고통스럽게 뒹굴었다.

그녀의 몸짓은 냉혹하고 날카로웠다.

평소에는 침착하고 꼼꼼하며 진중해 보이던 사람이었는데, 한번 독하게 마음먹으니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누가 시켰지?” 권도준이 양아치 하나의 얼굴을 짓밟으며 차갑게 물었다.

“그게…” 양아치는 눈알을 굴리며 거짓말을 했다.

“박씨 그룹 박 사모님이요. 강 변호사가 자기 남편을 감옥에 보냈다면서, 손 좀 봐주라고 했습니다.”

“고명재, 경찰 불러.”

권도준은 그를 걷어차고 발을 거두었다. 그리고 여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다친 데는 없어?”

강자연은 눈을 한번 굴리더니, 재빨리 배를 감싸 쥐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흐읍… 방금 배를 몽둥이로 맞았는데, 너무 아파….”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밖으로 향했다. 강자연은 순간 멍해졌다. ‘이 남자, 지금 나 때문에 긴장한 건가?’

아까 밖에서 자기를 욕하고 열받게 하던 개자식은 누구였더라?

이 남자, 완전 이중인격자인가?

“야, 너희 둘 그냥 가는 거야? 또 나한테 뒤처리 떠넘기고?”

고명재가 그들을 향해 소리쳤지만, 양심도 없는 두 사람은 한마디 대꾸도 없이 사라졌다.

차 안.

“병원 갈까?” 그가 물었다.

강자연은 그의 목을 두 팔로 감고 어깨에 기댄 채, 웃음을 참으며 계속 불쌍한 척했다.

“아니, 괜찮아. 너희 집에 약 있어? 약만 좀 발라주면 돼.”

“그럼 너희 집으로 데려다줄게.” 권도준은 그녀의 팔을 풀어내고 똑바로 앉혔다.

“싫어. 너희 집에 가고 싶어.” 그녀가 그의 몸에 착 달라붙으며 애교를 부렸다.

“그냥 즐기는 사이라며. 우리 집이 네가 오고 싶다고 아무 때나 올 수 있는 곳인 줄 알아?” 권도준이 그녀를 밀어내며 턱을 붙잡고 물었다.

“난 기어코 다시 갈 건데….” 강자연은 그의 손을 뿌리치며 나직이 흥얼거렸다. 이 망할 자식을 정복하지 못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다음 날 오전, 권도준의 사무실.

“경찰 조사 결과 나왔어? 박씨 그룹 박 사모님이 시킨 거 맞아?”

권도준이 경찰서에서 막 돌아온 친구에게 물었다.

“조사 끝났어. 박 사모님이 아니라, 네 의뢰인 정가윤이야.” 고명재가 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은 채 웃으며 말했다.

그녀라고? 권도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이 사실을 강자연이 알게 되면, 네 의뢰인을 바로 법정에 세울 게 뻔해. 그래서 내가 미리 전화해서 박 사모님이 보낸 사람들이라고 말해뒀어.”

권도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휴대폰을 들어 정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당장 자기 사무실로 오라고.

전화를 끊자 고명재가 물었다.

“너 오늘 고소장 접수 안 할 거야? 변호사 매수는 고소하면 백발백중인데. 그럼 강자연이랑 더는 법정에서 볼 일도 없잖아.”

“그건 네가 신경 쓸 일 아니야.” 그는 태연하게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이거 네 스타일이 아닌데. 너 혹시 걔랑 자고 나서 좋아하게 된 거 아니야?” 고명재가 웃으며 물었다.

“어느 쪽 눈으로 봐야 내가 걔를 좋아하는 걸로 보이지?” 권도준이 되물었다.

“그럼 왜 이 이혼 소송을 빨리 안 끝내는 건데?”

“그렇게 기고만장한데, 좀 더 가지고 놀면 안 되나?” 그의 두 눈이 깊어졌다.

그녀가 단톡방에서 그냥 즐기는 사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기꺼이 놀아줘야지….

“너 그러다 소송에서 지겠다. 내가 강자연 변론하는 거 몇 번 봤는데, 그 입이 어찌나 빠르고 날카로운지 기세가 장난 아니야. 상대 변호사가 정신 차리기도 전에 심문이 끝나 있더라고.”

“내가 걔한테 질 것 같아?” 권도준이 눈썹을 찡긋했다.

“만약 네가 눈에 콩깍지가 씐 거라면?”

정가윤은 일부러 깊게 파인 검은색 힙스커트를 입고, 요염한 분위기를 풍기며 천지 법무법인에 나타났다.

“권 변호사님,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그녀는 허리를 비틀며 그의 책상 뒤로 다가가, 대담하게 한 손을 그의 어깨에 올리고는 천천히 가슴 쪽으로 쓸어내렸다.

그녀는 확실히 요염하고 아름다웠다. 자신이 정복하지 못할 남자는 없다고 자부했다.

“아악…!”

다음 순간, 권도준이 갑자기 일어나 그녀의 목을 틀어쥐었다. 그는 그녀를 통유리창 쪽으로 끌고 가, 목을 조른 채 창밖으로 밀어붙였다.

“첫째, 다시 한번 내 몸에 손대면 그 손모가지를 부러뜨려 버릴 줄 알아. 둘째, 또 사람 시켜서 강자연 찾아가면, 내가 먼저 널 감옥에 처넣어서 단 한 푼도 못 받게 만들 거야!”

“으윽… 컥, 컥….” 정가윤은 숨이 막혀 그의 손을 미친 듯이 잡아 뜯었다.

상반신 전체가 허공에 매달린 채, 그의 냉혹하고 흉흉한 표정을 보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고개를 돌려 아래를 내려다보자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이 빌딩은 무려 118층이었다.

“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제야 권도준은 그녀의 목을 잡고 끌어올려 그대로 내던졌다.

“방금 한 말, 명심하는 게 좋을 거야.”

정가윤은 굽이 너무 높은 구두를 신은 탓에 중심을 잃고 바닥에 넘어졌다. 주먹을 꽉 쥐며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권 변호사님은 왜 그녀 편을 드시는 거죠?”

권도준은 책상에서 티슈 몇 장을 뽑아, 그녀의 목을 졸랐던 손을 몹시 혐오스럽다는 듯 닦아냈다. 이윽고 몸을 돌리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내 평판, 네가 감당할 수 있어?”

이 일이 알려져 자신에게 피해가 올까 봐 두려웠던 건가? 그녀는 그가 상대 변호사에게 사적인 감정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그럼 권 변호사님, 이길 자신은 있으신 거죠? 저 재산 절반을 헛되이 나눠주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최근 며칠간 강자연이라는 여자를 조사해봤다. 그녀는 온갖 종류의 대형 사건을 맡았고, 얼마 전에는 사형수를 변호해 법정에서 무죄 석방을 받아내기까지 했다.

권 변호사는 산 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만드는 변호를 한다면, 그녀는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 변호를 하는 여자였다.

정가윤은 진심으로 걱정되었기에 그녀가 법정에 서는 것을 막고 싶었다.

“나한테는 이길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이기고 싶으냐 아니냐만 있을 뿐이야. 나가.” 그는 차갑게 그녀를 쳐다보고는 중역 의자에 다시 앉았다.

정가윤은 감히 더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주눅이 들어 밖으로 나갔다.

차 안, 법정으로 가는 길.

“강 변호사님… 원고가 너무 안됐어요. 딸이 병원에서 수술비 기다리고 있다는데, 오늘 패소해서 보험금을 못 받게 되면 그 딸은 어떡해요?”

어시스턴트가 그녀에게 말했다.

강자연은 다리를 꼰 채 손에 든 증거 자료를 보다가, 고개를 들어 그를 힐끗 쳐다봤다.

“자신의 의뢰인을 굳게 믿고, 의뢰인의 최대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것. 그게 변호사로서 가장 기본적인 자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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